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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뤘다 2021. 9. 17.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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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그래, 그럴 수도 있지 / 02화

평균이상의 뇌

-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비밀 

 

회복탄력성은 자신에게 닥치는 온갖 역경과 어려움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힘이다. 밑바닥에서 움츠려있는 나는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마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었지만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환자같았다. 그래서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찾아보았다. 그들은 사고 후 입을 모아 말했다. 희망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섰다고 말이다. 

 

나는 자주 실패했다. 햇빛을 자주 보는 게 좋겠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갔지만, 겨우 하루만에 끝이났다. 방안 구석에서 먹고 자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왜 나는 그들과 다른지 의문을 가졌다. '뇌구조가 애초에 달랐던 건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노숙자 쉼터에서 일어선 술주정뱅이였던 분의 스토리가 내 발목을 잡았다.

 

1. 개인성 (나에게만 일어난 일이냐 아니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냐) -> 비개인성

 

나는 사소한 불행도 지나치게 크게 받아들었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면서 '잠자는 것 하나 못하는 멍청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나와 달랐다. 이런 시련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그 의미를 축소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교통사고 후 우리엄마도 요즘에 불면증이라 잠을 통 못잔다고 힘들어했었다. 그때는 약을 잘 챙겨먹으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었는데... 갑자기 엄마에게 죄송해진다. 

 

2. 영속성 (항상 그런 것인가 아니면 이번에만 어쩌다 그런 것인가) -> 일시성

 

뭔가를 하려 할 때, 의욕에 차오르다가도 금새 우울감을 느꼈다. 어차피 실패할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잘자고 잘먹고 잘지내는 게 아무렇지 않은데 나는 왜 '항상' 실패만 하는 것일까? 사고가 난 뒤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는 작은 일에도 나를 비난하기 바빴다. 하지만 책 속의 그들은 달랐다. 이 일은 오늘 어쩌다 생긴 일이며 비록 재수 없는 일이지만, 액땜 한 것이니 오늘 다른 일은 다 잘 될거다라는 식의 스토리텔링을 했다. 문득 사고 전에 내가 떠올랐다. '그래, 나도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지!'

 

3. 보편성 (모든 것, 모든 면이 다 그런것이냐 아니면 그것만 그런 것인가) -> 특수성

 

가끔 친구들에게 먼저 전화가 온다. 이번에 연봉 협상에서 성공했다, ~로 여행을 다녀왔다 등 그들에게는 일상인, 나에게는 특별한 일이 부러웠다.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인스타그램 속의 사진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처음 들은 이야기처럼 반응했다. 작은 일에도 깜짝 깜짝 놀라는 후유증이 나타날 때면 '왜 내 인생의 '모든 면'은 한심투성이일까?'라고 생각하며 깊은 동굴에 숨기 바빴다. 사고로 중증 장애인이 된 서울대 이상묵 교수의 경우는 달랐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였으며 6개월만에 일상생활에 복귀했다. '모든 면'이 실패투성이라고 생각한 나와 달리 이번 사고만 운이 나빴을 뿐 다른 일을은 다 잘하고 있다라고 반응했을 뿐이다. 

 

단지 생각의 관점만으로 달라질 수 있을까? 부정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극복하며 살고 있다. 나도 그냥 주저 앉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른거린다. 그들만 생각하면 어느새 웃고 있었다.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나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내 삶을 누가 구제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사고를 원망하고, 병을 원망하고 실패를 원망했다. 내가 지금 얼마나 가졌느냐만 생각했다.

 

지금은 얼마나 가졌느냐보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를 바라본다. 나는 지금 살아있고, 글을 쓴다. 뭐든 할 수 있는 팔다리와 뇌를 가졌다. 곁에는 든든한 내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목적의식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하나를 잃고 열을 얻었다는 이상묵 교수가 자신을 행운아라고 표현했듯이 하루하루 감사하다. 

 

사고경험에서 뇌가 생각했던 것보다 단단하고 느꼈듯이 내 뇌는 생각보다 긍정적이었다. 다른 사람의 극복 스토리가 나를 그렇게 느끼게 만들었다. 내 인생이 구리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삶이 위로가 되었다. 이런것에 위로 받는 형편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살고 싶었다. 똑똑하든 멍청하든 이제는 그냥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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