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월드] 김영하 "살아보니 친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더라구요" (전문)
소설가 김영하의 산문집 '말하다' 속 일부이다.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잘못 생각했던 거죠.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쓸데없는 술자리에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어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각기 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걸, 잠을 자거나 음악이나 들을걸. 그냥 거리를 걷던가.
20대, 젊을 때에는 그 친구들과 영원히 같이 갈 것 같고 앞으로도 함께 해나갈 일이 많이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손해보는 게 있어도 맞춰주고 그러잖아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은 많은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더군요.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기울이고 영혼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게 중요한 거예요. 모든 도시를 다 가보고 모든 음식을 다 먹어보고 그래도 영혼을 구하지 못하면 인간은 불행해요.
어디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인간에게는 어둠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사람에게 필요한 건 어둠이라는 것이다. 친구와 만나서 낄낄거리고 웃고 떠들면서 세월을 보내면 당시에는 그 어둠이 사라진 것 같지만 실은 그냥 빚으로 남는 다는 것이다. 나중에 언젠가는 그 빚을 갚아야 할 순간이 반드시 온다. 최근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다. 나역시 마찬가지다. 진정한 친구 1~2명만 있으면 된다, 아니다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는 이 정답없는 싸움에서 우리는 늘 정답을 갈구한다.
나 역시 소설가 김영하님의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누구나 친구들이나 이성친구를 만나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 마음이 20대에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 누군가에게는 '회사를 키우는 것'이 될 수 있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될 수 도 있다. 매일 잠자는 시간 빼고 약 18시간을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몰입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 분명한 건 두 사람 다 나중에는 빛을 발하는 순간과 빚을 갚아야할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지금은 비참하고, 보잘 것 없고, 무시받는 것이 일상일 수 있다. 누군가는 같은 나이에 너무 멋진 삶을 살고 있다고 비교할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잘먹고, 잘잔다고 행복할까? 김영하 소설가의 말처럼 나의 영혼을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마음껏 먹었고, 마음껏 잠을 자고, 마음껏 쇼핑을 해도 결국 그때뿐이다. 허무하고, 의미없는 삶이라고 느껴질 때가 분명 온다. 그때마다 의지해야 할 건 내 자신이고 내 영혼이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몰입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동전을 넣으면 정답이 나오는 자판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아가고 경험해봐야 얻을 수 있은 것들이 진짜 가치있는 일임을 알기에 난 도전하려 한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