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월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불안하고 답답하다. 나이가 들수록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난다. 어렸을 땐 뭐든 꿈꾸고, 뭐든 내 마음대로 행동했었는데 지금은 행동하더라도 천재지변이 날 막든다. 2017년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인 울릉도와 독도방문이 무산되었다. 사실 이번주에 3박 4일 일정으로 그동안 열심히 계획을 짜왔는데, 태풍의 영향으로 다음주까지 울릉도 방문이 중단되었다.
다른 선박들도 마찬가지다. 기상예보대로라면 다음주 화요일까지는 누구도 울릉도를 들어가거나 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힘들게 나의 일정을 비워둔만큼 어디든 떠나고 싶었다. 평창, 여수, 정선, 부산 등 다양한 곳들이 나왔다. 그 중에 여수로 결정하고 반나절이지만, 다시 계획을 짜 2박 3일 일정을 완성했다. 하지만 머피의 법칙이라고 했던 가, 숙소를 결정하는 데 너무 오래 고민한 나머지 기차 시간 예매가 밤 12시를 넘어가 50%할인을 받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돈을 더 주고서라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이미 나의 에너지는 모두 소진된 상태다.
울릉도에서 여수로, 3박 4일 일정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변경될때마다 예산은 많아졌다. 아마도 선박을 이용하지 않고, 하루 숙박비도 줄었기 때문이다. 돈은 많아졌지만, 마음은 허하다. 애초의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버렸다. 이제는 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또 그건 안된다. 억울해서라도 다시 일어선다. 그래서 결정한 건 1박 2일 강릉 여행이다. 예전에 두 번이나 방문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한결 수월하게 계획을 짰다. 와, 나 결국 여행 가는구나.
30분 뒤면 이제 청량리역으로 떠난다. 아마 1박 2일동안은 블로그도 못 들어올 것 같다. 그만큼 강릉을 온전히 느끼고 올 생각이다. 올해 마지막 여행을 울릉도에서 화려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하필 강릉이라니. 그것도 두 번이나 방문한 강릉이 올해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 사실 강릉에게 고마워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방문한 경험이 있기에 엄마와 함께 자신있게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획하지 않았던 여행, 무계획, 무작정 여행 정말 떠나고 싶었지만, 막상 떠나게 되니 불안하고 답답하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진다는 건 어쩌면 날 더 유연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래도 보고싶었던 바다를 볼 생각에, 대학교 시절 내일로를 통해 갔었던 정동진과 양떼목장, 경포대를 갈 생각을 하니 다시금 설레기도 한다. 인간은 참 간사하고 바보같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다 포기하려던 난 이제 갈 준비를 마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때마다 포기하고 싶고, 울고싶고, 좌절할테지만 절대 그 자리에 멈춰있진 않을 것이다. 다른 여행지를 찾든, 한 번 갔던 여행지를 다시 가던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나아갈 것이다. 그게 여행을 하지 않은 것보다는 100배, 1000배 더 나은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