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두명이 있다. 한명은 언니고, 다른 한명은 내친구다. 언니는 작년에 결혼하셨고, 나는 작년에 취준생이었다. 그래서 결혼식 축의금도 얼마내지 못했고, 집들이도 오늘에서야 다녀왔다. 제일 존경하고 제일 사랑한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내 사람들을 위해서 난 해준게 없다. 늘 나에게 주기 바쁘신 언니, 오늘도 주기 바쁘셨다. 도착하자마자 집들이 선물로 휴지를 건냈고, 언니는 맛있는 점심을 차려주시겠다며 분주하게 움직이셨다. 오늘의 메뉴는 딸기샐러드, 연어덮밥, 오꼬노미야끼, 계란탕이었다. 늘 겸손하신 웃음으로 맛있었으면 좋겠다고 수줍게 웃으시는데 정말 언니 앞에만 서면 나는 부끄러워진다.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고, 못했던 이야기를 나눴다. 무슨일을 하고 있으며 일을 어떤지 그래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많이 나눴다. 사실 언니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야 했는데, 오늘도 내 이야기를 많이 털어놓았다. 나는 감정적인 사람이다. 내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래서 내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한다. 자주하면할수록 내 감정에 대한 확신이 생긴다. 그래서 모든일을 감정적으로 처리할 떄가 있다. 그래서 장점도 있다. 단기적인 일을 할 때는 감정적인 것이 확실히 도움이된다. 아무리 극한 상황이라도 감정이 에너지 역할을 한다. 그래서 결국 하지 못할 일도 해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가면 달라진다.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것이 정말 내 감정인지 아닌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가끔 이럴 때가 있다. 하고싶은데 하고싶지 않은 일이 있다. 그럴때는 감정적인 것이 참 모호하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바뀌는 것이 내 감정이다. 그 찰라에 고민을 마주할 때는 정말 선택하기 어렵다. 그때 언니가 말씀해주셨다. 감정에 끌려다니지말고 해야할 일인지 먼저 생각하라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호한 것들이 명확해졌다. 해야할 일이고 하기로 한 일이면 하면 된다. 이 심플한 것을 나는 감정에 집중하느라 잊고 있었다. 그래서 늘 본능에 따랐던 것 같다. 사슴이 호랑이를 만나면 본능적으로 피하듯, 나도 본능적으로 회피하고, 무시해왔던 일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때 이성적으로 돌아봤더라면 스쳐지나가진 않았을 텐데, 빠른 판단이 좋지만은 않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나는 뭐든 판단을 빠르게 하는 편이다. 그만큼 나에 대한 확신이 있고, 두려움이 없다. 그래서 놓치는 것도 많다. 내 몸에는 내가 겪은 데이터들이 쌓인다. 그 데이터들이 나의 본능을 만늘고 나는 그 본능대로 움직여왔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그래서 때로는 내 감정에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오늘 그 답을 언니를 통해 얻을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언니 얼굴만 봐도 힘이 나는데, 늘 좋은 말씀 좋은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내가 언니에게 보답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언제 한 번 이것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고 싶다.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