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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 말하다, 산문집 추천

이뤘다 2017. 11.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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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 말하다, 산문집 추천

 

 

안녕하세요. 욜로월드입니다. 소설가 김영하님의 소설 이야기는 꽤 많이 들었는데 책은 처음입니다. 최근에는 <살인자의 기억법>이라는 소설이 영화화가 되었는데요 차근차근 김영하님에 대해서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가 김영하의 <말하다>는 정말 예전부터 읽고 싶었습니다. 이유는 그 유명한 친구에 대한 정의를 내리셨던 부분 때문입니다.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것 대신에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잤다면 더 유용하게 보냈을 거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만큼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기울이고, 영혼을 좀더 풍요롭게 만드는게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부분에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되어서 그런지 <말하다>를 읽기 전 기대가 높았습니다. 그리고 감히 올해 읽었던 책 중 가장 강렬하고 와닿았던 책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작가는 실패 전문가다. 소설이라는 게 원래 실패에 대한 것이다. 세계 명작들을 보라. 성공한 사람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노인과 바다>의 노인은 기껏 고생해서 커다란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 상어들에게 다 뜯기고 뼈만 끌고 돌아온다. 문학은 성공하는 방법은 가르쳐줄 수 없지만 실패가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다는 것, 때로 위엄 있고 심지어 존엄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그러니 인생의 보험이라 생각하고 소설을 읽어라.

 


 

아우슈비츠를 비롯하나 나치의 수용소와 소련의 그 악명 높은 수용소 군도에 대한 연구에서 보면 가장 오래 살아남은 이들은 낙관주의자나 비관주의자가 아니라 비관적 현실주의자라고 합니다. '여기서 나가기 쉽지 않아. 어쩌면 나치는 영원할 수도 있고,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도 있어. 나는 오래지 않아 가스실로 끌려가 비누가 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때까지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면도부터 해야겠다.

 

비관적 현실주의자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나치 수용소에서 면도를 하는 사람들이 다수였을까? 아니다. 한 사람의 개인으로 독자적으로 사고하는 일은 중요하다. 타인에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없는 사회에서 자꾸 긍정적으로 부정적으로 끌려다니는 것보다는 주체성을 기르는게 훨씬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관적 현실주의에 두되, 삶의 윤리는 개인주의에 기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영하 작가를 보면서 이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느낌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세상에 대해 비관적 현실주의를 견지하면서도 윤리적으로 건강한 개인주의를 확고하게 담보하려면 단단한 내면이 필수적입니다. 남에게 침범당하지 않는 단단한 내면은 지식만으로는 구축되지 않습니다. 감각과 경험을 통해서 비로소 완성됩니다. 지식만 있고 자기 느낌은 없는 사람, 자기감정을 표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어떤 의미에선 진정한 개인이라고 보기 힘들 겁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자기 스스로 느끼기보다는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내 감정은 감추고 다중의 의견을 살펴야 되는 분위기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 느끼는가. 뭘,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그것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요즘 내가 그렇다. 자꾸 주위것들에 흔들리는 내 모습을 마주한다. 약점은 없고, 개성이 있는 사람이란 걸 알면서도 자꾸 외부 기준에 나를 맞추는 걸 볼때면 힘들기도 하지만 자괴감도 느낀다. 그 틀에 맞지 않으면 나란 인간은 쓸모없는 존재인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벌거나 명예를 쌓는 일도 중요하지만, 천부적으로 주어진 감각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깊게 느끼는 삶을 살고싶다. 남과 다른 방식으로 나만의 내면을 구축하는 삶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마음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용기를 가져야 할 것 같다.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작곡을 한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벌거나 좋은 직장을 얻지는 못할 겁니다. 그러나 방치해두었던 우리 마음속의 '어린 예술가'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뭔가를 시작하려는 우리는 "그건 해서 뭐하려고 하느냐"는 실용주의자의 질문에 담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하는거야" "미안해. 나만 재밌어서"라고 말하면 됩니다. 무용한 것이야말로 즐거움의 원천이니까요.

 

정말 마성의 작가다.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 나간 듯 싶다. 주변에 꼭 이런 사람 한 명쯤은 있다. 부모님이 될 수도 있고,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모두 나를 위한다는 전제하에 이야기하지만, 결국 상처받는 건 나다. 김영하 작가는 말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래는 우리 모두가 다중의 정체성을 갖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역시도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영하 작가의 책을 처음 읽었다. 자신의 철학을 공고히 쌓아올린 그가 더 궁금해진다. 그의 소설도 역시 궁금하지만, 산문집이 더 있다면 그것부터 읽어나가고 싶다. 불안하고, 두려운 나에게 의지할 동료가 하나 생긴 느낌이랄까? 조용히 그의 책을 몇 권 더 탐독하고 싶다.

 

 

 

말하다
국내도서
저자 : 김영하(Young Ha Kim)
출판 : 문학동네 201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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