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말 오랜만에 혼자있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집에서는 늘 혼자있는 시간을 갖는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혼자있는 시간은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말한다. 집에 있을 때는 혼자있어도 늘 정신이 없었다. 방정리를 하고, 옷정리를 하고, 부산스레 계획을 짜고 지우고, 먹고, 자고, 밀려있던 영상들을 보고나면 어느새 출근하는 월요일이 되어있다. 이렇게 정신없는 한주가 한달이 되고 어느새 4개월이 훌쩍 지나있다. 돌이켜보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이 되어버린 것 같아 허무하고 공허하다. 내가 꿈꾸던 삶은 이런 것이 아니였다. 퇴근하면 지쳐 쓰러져 자는 삶이 아니었다. 피곤하더라도 자기계발을 하고, 졸린 눈을 비벼가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소위 커리어우먼이 되고싶었다. 4개월이 지난 나는 여전히 그대로다. 오히려 더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
어제는 친구 덕분에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저녁 9시에 끝나는 친구와 공항에서 데이트를 하기 위해 내가 갔다. 공항 근처에 있는 카페에 자리를 잡고, 평일 내내 읽어야지 했지만, 읽지 못했던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라는 책을 꺼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귀를 막고,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다시 편 책이라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한장 두장 넘길때마다 책속으로 빠져들었다. 순간적으로 주변이 조용해지며 오로지 나와 책뿐이라는 순간을 경험했다. 정말 오랜만에 느낀 집중력이었다. 책의 내용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지 다시금 깨달았다는 것이다.
나늘 밝고 긍정적이며 활발한 사람이다. 사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주변에 친구들은 과할 정도로 나를 그렇게 표현한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지만, 또 자기주장도 분명해서 기가 센사람으로도 통한다. 나는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표현하는 편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면 그대로 보답하는 성격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기브앤테이크가 확실하다. 하지만 누구보다 나는 진지한 사람이다. 깊은 대화를 좋아하고, 삶과 인생에 대한 고찰을 나누는 걸 가장 사랑한다. 어제 혼자있는 시간을 경험하면서 다시금 느꼈다. 나는 혼자 사색하고 집중하고 몰입할때 가장 나다워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차분해지면서 평안해지고 세상 모든 고민이 사라지는 그 기분, 혼자있고 오로지 나에게 몰입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기분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밝고 당당할 수 있는 이유도 이 혼자만의 시간 덕분인 것같다. 마치 핸드폰 바데리라고 할까? 혼자있는 시간에 열심히 나를 충전하고, 에너지를 공급해주면 그 에너지를 혼자있지 않고 남들과 더불어 살아갈 때 이용한다. 혼자 있는 시간에 충천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있을때 더 활발해지고 긍정적일 수 있는 것 같다. 남들보다 에너지가 많은 것도 혼자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혼자 책을 읽고, 그 생각을 써내려가고, 다짐하고, 실천하면서 나에 대해 많이 배워간다. 물론 경험에서 얻어지는 것도 많다. 하지만 내가 모든 것을 경험해볼 수 없기에 책을 든다. 어제 읽은 순례자에서도 많은 걸 느꼈다. 그 리뷰는 책리뷰로 미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