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생의 큰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자꾸 내가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든다. 좋은 현상같지만, 내가 나답지 못한 사람으로 바뀐다는 건 매우 큰 변화다. 과거에는 사람들의 시선에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마이 웨이, 나만의 길을 갔다. 그렇다고 안하무인하게 행동한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조용히 나의 길을 갔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마치 관종처럼 다른 사람의 시선을 빼앗으려 하고, 주목받고 싶어 하며, 튀려고 한다. 그저 묵묵히 나의 길을 가던 나는 어디갔을까?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내가 나답지 않은 방향으로 걸어가니 여간 불편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안하던 짓을 하게 된다. 한 예로 술을 마신다. 회사생활의 연장이라고 해서 시작한 술은 나를 변화게 했다. 일단 눈에 알러지가 생겼다. 라섹수술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눈에 염증이라니, 어렸을 적 눈에 큰 사고를 겪은 나로써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 일이다. 수술 후에도 철저히 보호안경을 쓰며 아끼던 눈을 고작 3년에 한 번 마실까말까한 술에 의해 다쳤다고 생각하니 억울하다.
또 하나는 일탈을 한다. 일탈이 무조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문제는 일탈을 하면서 내가 전혀 즐겁지 않다는 사실이다. 겉으로는 그런 일탈을 즐기는 척, 재밌는 척, 잘 노는 척한다. 재밌다. 내가 아닌 내가 되는 것도 때로는 말이다. 누가 보면 그게 무슨 일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불편했다. 하루, 이틀이 지속되면서 내가 아닌 내가 되는 것이 아주 불편했다. 사람들도 그런 내가 불편해보였을 거라 생각한다. 웃고 싶으면 웃고, 웃기 싫으면 웃어도 되지 않는 세상이 아니다. 그래서 사회생활은 자신있었다. 난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건 오만이었다. 나는 나답게 사는 걸 가장 잘 할 수 있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날들이 지속되면서 연기하는 내가 나인지, 혼자 있을 때 내가 진짜 나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어제 지갑을 잃어버렸다. 어제도 평소와 같았다. 내가 아닌 나로써 살았고, 미세한 충격을 2번 정도 받았다. 그래도 나는 나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갑을 잃어버리면서 정신이 번쩍 깨어났다. 무슨일이 있어도 핸드폰과 지갑만큼은 잘 챙기던 내가 정신을 놓고 살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그 작은 카드지갑 속에는 체크카드, 운전면허증, 현금 18000원, 내가 매일 가는 카페에 쿠폰이 들어있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당장 오늘 아침 출근해야할 교통카드조차 내 손에 지금 없다. 나의 영혼도 그렇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없으면 허전하고, 없으면 불안한, 없으면 간절해진다. 영혼을 반쯤 빼놓고 생활을 한 것 같다. 돌아보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살았다 싶다. 결국은 다른 사람의 시선때문이었다. 늘 나의 인생을 살겠노라 다짐하고, 관계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실날하게 조언했던 나는 정작 내인생엔 없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자신이 확실히 느낀다. 다시 나답게 살고 싶다고 말이다. 물론 앞선 모습도 나의 또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평생 저모습으로 살고 싶진 않다. 그냥 누가 뭐라하든 내가 편안행동, 편안자세, 편안하고 솔직한 말을 하고 싶다. 그러기위해서는 먼저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야 된다. 내가 중심이 되자, 다시는 안 볼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평생 볼 사람은 아니다. 선택권은 내가 쥐고 있다. 나를 잘 들여다 보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내가 꼭 지켜야 하는 것 무엇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