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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꿈꾸는 탱고클럽, 독일 베스트셀러 소설을 읽다

이뤘다 2017. 7. 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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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꿈꾸는 탱고클럽, 독일 베스트셀러 소설을 읽다

 

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처음 읽는 소설이다. 책에 대한 편식이 심한 편이 아닌데, 요즘 알고 싶은 '자아'분야에 푹빠지다보니, 소설을 읽지 못했다. 이번에 읽어본 소설은 꿈꾸는 탱고클럽이다. 신간 소설이다. 소설은 두껍고, 읽는데 오랜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읽고나면 얻어가는 게 많은 장르다. 사실 이 소설의 주제는 간단하다. 초절정 냉혈한 바람둥이가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이 간단한 한줄을 두꺼운 소설책으로 만들어 낸다는 자체가 작가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제부터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리뷰해보겠다. 꿈꾸는 탱고클럽_안다레아스 이즈퀴에르도 지음_미시멜로 (리뷰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p.220 가비는 웃다가 고꾸라질 것 같은 그들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 것 같았다. 그는 자문해봤다. 나는 왜 같이 웃지 않을까. 그들처럼 슈트를 입고 있고 비슷한 신발, 비슷한 넥타이에 그들처럼 네일 케어도 받았다. 그도 그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런데 그는 웃지 않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놀림감이 되고 있는 다섯 아이들의 캡틴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점점 더 분노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동시에 불현듯 깨달은 사실도 있었다. 교통사고를 내기 전이었다면 자신도 분명 저들과 똑같이 낄낄거리고 웃었을 거라는 걸.

 

 

가버 셰닝은 성공가도를 달리는 엘리트 훈남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가버는 한 중년 부인을 치는 교통사고를 냈고, 특수학교 교장인 피해자는 사고에 대한 보상을 하려면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다섯 아이에게 춤을 가르쳐야 한다는 황당을 제안을 한다. 지금 저 부분은 가버가 처음으로 자신이 아이들에게 점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부분이다.

 

읽으면서 나였어도 가버와 같은 생각을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남인 사람과 남이 아닌 사람. 이분법적인 사고가 저런 상황을 만들진 않았을까? 모르는 사람을 봤다면 우스웠던 상황도 내친구나 내가족이 같은 상황을 당한다면 전혀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은 저렇게 비웃는 사람들과 자신을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가버 역시 자신을 되돌아보며 심한 발작을 앓는다.


 

 

 

p.308 펠릭스는 이제 확실히 알았다. 카로와 알렉스는 사랑스럽고 즉흥적이고 재미있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은 거짓말했고 기만했고 트릭으로 인생을 살려 했다. 트릭이 펠리스 부모를 죽였고 펠릭스를 멍청하게 만들었다. 트릭이 죽였다. 모두를. 

 

읽으면서 강렬했던 장면이다. 펠릭스는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다. 카로와 알렉스는 그의 부모다. 펠릭스는 어렸을 적 부모를 잃었고, 그 이뉴는 컴퓨터를 만질 줄 아는 나이가 됐을 때 알았다. 카로와 알렉스는 마약거래상에게 살해됐다. 그는 왜 엄마 아빠가 직업을 갖지 않았는지. 왜 그렇게 친구들이 많았는지. 그리고 왜 자신이 모자라는지 그 이유도 알게 되었다.  카로는 마약중독자였다. 펠릭스를 임신했던 기간에도 말이다.

 

펠릭스는 소설의 표현대로라면 멍청했지만, 바르게 자랐다. 부모의 트릭이 펠릭스를 그렇게 만들었다. 태어나자마자 장애를 갖게 했고, 펠릭스가 트릭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길 정도로 강렬한 기억을 줬다. 가슴이 아팠다. 부모의 실수로 펠릭스는 병을 얻었고,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결국 죽는다. 펠릭스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선 불쌍한 아이였겠지만, 내가 본 펠릭스는 나보다도 더 나은 어른이었다. 트릭, 누군가에겐 가벼운 속임수일 뿐이지만, 펠릭스에겐 부모와 자기 자신을 죽인 증오스런 단어였을 것이다.

 

 

 

 

 

 

p.455 펠릭스의 부탁이 뭘까 가버는 계속 궁금했다. 집으로 가면서도 내내 펠릭스가 뭘 하려는 걸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심지어는 아이들을 연습시킬 때도 문득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잠을 잘 때도 그것이 뭘까 생각하느라 잠을 설쳤다. 하지만 펠릭스가 어떤 일을 꾸미고 있든 그걸 궁금해하느라 가버는 다음 검사 결과를 걱정할 틈이 없었다.

 

죽음을 앞둔 펠릭스는 가버에게 부탁을 한다. 그 부탁이 뭘까 가버는 하루종일 궁금해한다. 펠릭스의 다음 검사 결과도 걱정할 틈도없이 말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가버가 그만큼 펠릭스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였다. 그동안 가버는 일중독자로 아이는 커녕 이런 감정은 전혀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늘 일과 동료와의 경쟁, 승리, 성공밖에 없던 그였다. 완벽한 그의 삶의 걱정거리라곤 없었지만, 완벽한 삶을 지켜야 한다는 짐은 늘 짊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이제는 일보다, 아이들을 더 생각한다. 나중에는 일까지 그만둔다. 물론 나중에는 그의 경력을 살려 더 좋은 직장을 가게 되지만, 가버는 자신이 그렇게 될 줄 몰랐을 것이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끼면서 가버는 그 짐을 하나씩 내려놓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더 큰 무언가를 얻는다.

 

 

 

p.455 펠릭스의 부탁이 뭘까 가버는 계속 궁금했다. 집으로 가면서도 내내 펠릭스가 뭘 하려는 걸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심지어는 아이들을 연습시킬 때도 문득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잠을 잘 때도 그것이 뭘까 생각하느라 잠을 설쳤다. 하지만 펠릭스가 어떤 일을 꾸미고 있든 그걸 궁금해하느라 가버는 다음 검사 결과를 걱정할 틈이 없었다.

 

죽음을 앞둔 펠릭스는 가버에게 부탁을 한다. 그 부탁이 뭘까 가버는 하루종일 궁금해한다. 펠릭스의 다음 검사 결과도 걱정할 틈도없이 말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가버가 그만큼 펠릭스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였다. 그동안 가버는 일중독자로 아이는 커녕 이런 감정은 전혀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늘 일과 동료와의 경쟁, 승리, 성공밖에 없던 그였다. 완벽한 그의 삶의 걱정거리라곤 없었지만, 완벽한 삶을 지켜야 한다는 짐은 늘 짊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이제는 일보다, 아이들을 더 생각한다. 나중에는 일까지 그만둔다. 물론 나중에는 그의 경력을 살려 더 좋은 직장을 가게 되지만, 가버는 자신이 그렇게 될 줄 몰랐을 것이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끼면서 가버는 그 짐을 하나씩 내려놓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더 큰 무언가를 얻는다. 죽음을 앞두고 아무렇지 않은 듯 평온하게 편지를 쓰는 펠릭스를 보며 놀라고, 자랑스러워하고, 또 세상의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그를 사랑하게 된다. 펠릭스의 편지도 참 감동적이였다. 이 부분은 꼭 소설에서 확인하셨으면 좋겠다.

 

 

 

p.515 넌 인간이 얼마나 용감해질 수 있는지 보여줬고, 네 운명을 의연하게 짊어졌어. 넌 우리 모두의 본보기였고, 나의 본보기였어. 내가 살아있는 한 앞으로도 그럴거야. 그리고 내가 어떤 과제에 직면하든 항상 나 자신에게 물어보겠지. '펠릭스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말이야. 펠릭스, 넌 나의 베스트 프렌드였어. 지금까지 난 진정한 친구를 가져본 적이 없었지만, 이젠 그런 친구를 만들고 싶어. 네가 우정이라는 게 뭔지 내게 가르쳐줬기 때문이지. 너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또 없을 거야. 난 내가 네 친구였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 언젠가 내가 세상을 떠날 시간이 오면, 나도 너처럼 당당하게 떠날 수 있으면 좋겠어."

 

죽도록 하기 싫었던 탱고선생님을 하면서 가버는 펠릭스의 추모사를 읖을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그는 친구를 얻었고, 배웠고, 잃었다. 그의 추모사를 읽으면서 그동안 펠릭스와 가버의 추억이 한번에 지나갔다. 교훈을 얻고 싶다면 자기계발서를 추천하겠지만, 생각하고 싶고, 공감하고 싶고, 다른 나를 만나고 싶다면 역시 소설이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어서 그런지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나도 죽음에 당당할 수 있을까? 나는 얼마나 용감해질 수 있을까? 둘의 우정을 지켜보며 나의 관계도 돌아보게 된다. 바쁘다는 이유로 친구들을 멀리하진 않았는지, 그들이 나에게 나에게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펠릭스가 죽었지만,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다.

 

꿈꾸는 탱고클럽
국내도서
저자 : 안드레아스 이즈퀴에르도(Andreas Izquierdo) / 송경은역
출판 : 마시멜로 201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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