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브런치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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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뤘다 2021. 9. 1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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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통입니다. 매일 크고 작은 사고를 받아들이고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사고로 몸과 마음이 망가졌지만, 인생을 포기할 순 없었습니다. 포기할 수 없는 '나', 포기할 수 없는 '삶', 포기할 수 없는 '일' 을 생각하며 뇌를 공부했습니다. 뇌를 공부하면서 알게된 다양한 시도를 통해 나를 바로 세우고, 일과 삶이 편해지는 과정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1) 포기할 수 없는 '나'

- 평균이하의 나 

- 평균이상의 뇌 

 

2) 포기할 수 없는 '삶'

- 삶을 지키는 습관

- 뇌를 지키는 식단

 

3) 포기할 수 없는 '일'

- 회복탄력성이 높은 뇌

- 일만큼 중요한 충전



 

 

브런치북: 그래, 그럴 수도 있지 / 01화

평균이하의 나

-밑바닥에서 내뱉은 말.

 

생생하다. 물건이 머리에 떨어진 순간 나는 머리가 분명 두 동강이 났다고 생각했다. 통증보다는 머리 상태를 제일 먼저 체크했다. 다행이다. 머리가 붙어있었다. 요리조리 만져봐도 멀쩡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머리는 꽤 튼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욱신거렸지만, 처음에 강한 충격 다음에 바로 안도감이 와서 그런지 벽에 머리를 부딪친 통증 정도라고 느껴졌다.

 

그렇게 다시 일하려던 순간 목 뒤에서 축축한 땀이 느껴졌다. 일을 너무 열심히 했나? 평소에 땀이 잘 안 나는 체질이라 의문이 들었지만, 긴장이 풀렸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땀을 닦았고 순간 빨간색이 스쳤다. 자세히 보니 내 손에 피가 흥건했다. 그렇게 응급실로 실려갔다. 정신은 멀쩡했다. 그래도 불안해서 구급대원분께 연신 여쭤봤다. '저 별일 아닌 거 맞죠?'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살짝 찢어진 정도고 머릿속은 깨끗하다는 처방을 받았다. 다행이었다. 그 자리에서 머리를 꿰매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에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집에 와서 따끔거리는 부위 때문에 제대로 숙면 자세를 취할 수 없었지만, 이 정도로 다친 것에 안도함으로 그렇게 휴식을 취했다. 

 

문제는 그 다음날이었다. 통증때문에 잠을 못자는 줄 알았던 나는 돌연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았다. 여태껏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살아왔던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각종 테스트를 했는데 집중력, 기억력, 인지능력 등이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 평균 이상이었던 내가 평균 이하로 살게된 것이다. 

 

그 중 제일 고통스러웠던 건 나만 멈춰있다는 생각이었다. 모두가 직장에 출근하며 성장하고 있을 시간에 나는 오지 않는 잠과 싸워야했다. 낮에 산책하는 걸 권유하셨지만, 산책이 밥벌이가 되는 것도 아니고 다들 자기계발을 위해 뛰고 있을 시간에 나만 의미없는 산책을 해야 한다는 게 억울했다. 처음 살아있음에 감사했던 생각은 어느새 남보다 뒤처져 있는 내 모습을 비관하며 점점 움츠러들었다. 

 

원래도 친구를 자주 만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더 사람을 멀리하게 되었다. 내가 굳이 연락해야 할 사람은 없었다. 혹시나 오는 연락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둘러댔다.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일밖에 없었다. 약을 먹으면서 버텼지만, 변화는 미미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 지 몰랐다. 이건 의사 선생님도 몰랐다. 그저 사람마다 다를 뿐이라고 하셨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조금씩 해보기로 했다. 이대로 내 자신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대로 내 삶을 포기해버리기엔 그동안 내가 열심히 살아왔던 세월이 너무 억울했다. 

 

모아두었던 돈도 점점 떨어졌다. 돈이 줄어드는 게 무서웠고 이대로 무능력자로, 사회부적응자로, 아픈사람으로 낙인찍힐까 두려웠다. 그래도 살고 싶었다. 사고 전보다 더 잘 살고 싶었다. 육체는 멈춰있었지만, 내 영혼을 살고 싶어했다. 그래서 포기할 수가 없었다. 

 

책상 앞에 앉았다. 사고 당일 처음으로 돌아가보았다. 돌아오니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받아들였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나는 우연히 밑바닥에 이르렀지만,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다시 올라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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