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PD지망생을 위한 책
김민식PD님의 추천으로 읽은 영화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책이다. 닐 랜다우, 매튜프레더릭이 지었고, 임찬, 정지인 PD님이 옮기셨다. 연출을 배우고 싶고, 이미 배우고 있는 사람에게 간단하지만 임팩트있게 와닿는 책이다. 영화 제작의 모든 것에 대한 101가지의 압축판이라고 불린다. 대본, 예산안, 캐스팅, 프로덕션, 특수 효과, 홍보, 배급, 권리, 저작권, 법률 문제 등이 담겨있다. 두꺼운 책도 아니고, 그림과 글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갑자기 급하게 읽어야 할 책이라서 읽기 힘들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비전공자도 쉽게 읽을 수 있을만큼 깔끔하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영화학교를 졸업한거나 다름없다고 하니, PD지망생들은 꼭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역시도 읽으면서 스토리텔링의 구조를 잡아나갈 수 있어 더할나위없이 좋았다. 읽으면서 궁금한 것들은 곁가지로 다른 책을 통해 넓혀나가면 더 튼튼한 자신만의 연출론을 확립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말하지 말고 보여주자
영화, 드라마는 본질적으로 시각 매체다. 이야기&캐릭터는 말보다 눈으로 보여줘야 한다. 인물의 내면의 심리, 숨겨진 과거, 감정의 갈등 같이 보이지 않는 부분을 표현하려면 직접적인 설명보다 잘 만들어진 시각적인 단서가 좋다. 말하지 않고 보여준다면, 더 중요한 것을 화면에 담을 시간을 벌게 된다.
영화 UP의 부부의 일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오프닝신은 정말 명장면 중의 명장면이다. 영상의 마법은 여기서 느낄 수 있다. 말을하지 않아도 우리는 부부의 가치관, 부부의 희노애락을 엿볼 수 있다. 또 남편이 부부 싸움 끝에 문을 쾅 닫고 나가면 아내는 그를 향해 하이힐을 던진다. 이때 하이힐 자국이 문에 수십개 찍혀있다면 이 싸움이 예전부터 이어져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영상은 이런 것이구나.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다.
모든 신에는 갈등이 있어야 한다.
모든 영화는 서스펜스 물이다.
장르에 상관없이 다음 장면을 보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 줘야 한다. 새로운 정보와 사실이 늘어날수록 주인공의 딜레마는 깊어져야 한다.
스토리텔링을 하면서 자꾸 사건을 만들거나, 갈등을 만들려고 고민하는데 가장 완벽한 것은 어떤 걸 추가할 때가 아니라 어느 것을 빼야할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깊게 파야한다. 좋은 영화는 평범하거나 단순하기까지 한 뉘앙스, 깊이, 디테일과 의미조차도 탐구해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했다. 이미 등장한 주제와 상황 감정을 집요하게 파고들자. 지금 새로 쓰는 기획안은 이 책에서 배운데로 한 번 작성해나가야겠다.
소설 VS 영화
소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캐릭터의 감정, 의도를 글로 직접 묘사하고 그에 대한 실체를 머리속에서 그리는 건 독자의 몫으로 돌린다. 반면 영화는 소설과는 정반대로 생각하면 쉽다. 눈에 보이는 것을 생생히, 보지 않은 것은 넌지시 표현하는 것이다.
얇아서 좋았고, 간단해서 좋았고, 명확해서 좋았던 <영화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두 명의 피디 분이 바쁜 와중에도 열심히 번역하신 책이라고 들었는데, 이런 책을 번역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 무엇보다 밤샘 촬영에도 틈틈히 시간을 내 번역을 하셨다는 사실에 존경을 표한다. 나는 이분들에 비해 과연 무엇이 힘들다고 징징대고 있으며, 무엇이 어렵다고 울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오늘 하루 난 전력을 다해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이 책과 더불어 두명의 피디 분을 알게 된 사실에 감사한다. 앞으로도 두분의 프로그램과 미래를 함께 지켜보고 싶어진다.